출장이라 쓰고 휴무라 읽은 캔가 오사카 탐방기 (1) 빈티지

캔가
2025-10-16

캔가는 오래전..오사카에 잠시 거주한 적이 있슴다.

너무 어렸고 부모님의 품을 떠나 되는대로 살았기에 오사카는 그저 자유의 도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물론 너무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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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십년이 넘게 흘러 다녀온 오사카는..

너무 변함이 없음에 신선함을 느끼지 못하는 스스로에 놀랐습니다. 그렇게 그리웠는데 말이죠..
너무 어제의 일상 같아 욕심도 아쉬움도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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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캔가를 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부분을 보고 왔답니다...




저는 여행을 할 때면 테마를 가지고 다녀오는데요 

이번엔 빈티지숍과 로컬커뮤니티였어요. 


본 글에선 빈티지에 대해서만.. 다루어보겠습니다. 




1. 헤리티지를 대우하는 일본


여러분 구제와 빈티지의 차이를 아시나요..? 

사전적 정의는 비슷하지만 구제는 그냥 중고에 가까운 의미로, 빈티지는 중고에 헤리티지가 붙은 의미로 해석됩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오래된 것에 헤리티지를 매기는 경향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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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바 옆의 센니치마에 도구야스지 상점가)


주방용품을 파는 거리인데, 신제품과 중고품을 나란히 두고 팝니다. 계단을 내려갈 때 울리는 스피커도 거의 5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빈티지 스피커더라구요. 음질도 50년 전 음질이라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주방용품.. 빈티지 아주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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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자키쵸 라 그란다 화미리오) 


그래놀라 가게가 있던 곳인데, 건물이 뭔가 범상치 않다 싶어 알아보니 100년된 목조건물입니다.. 목조건물이 100년 가기란 쉽지 않은데 말이죠. 마지막날 다녀온 거리에도 오래된 목조건물이 아주 많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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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모리마치 이부키코히)


아침저녁으로 항상 보던 곳인데 1930년대에 생긴 곳임을 이제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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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 정말 저렴해서 가끔 슈크림을 사먹던 곳인데.. 할머니 두분이 계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할머니들은 잘 계실지, 이곳이 너무 궁금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3대째 내려오는 

최근 티비에 나와 매우 성황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곳도 5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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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모리마치 즈코)


이곳도 이따금 보던 곳인데 50년이 넘었더라고요...? 

한번 들어가보니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쇼와틱한 분위기에..사이폰과 핸드드립, 커피젤리 등.. 

젊은 사람부터 나이드신 분들까지.. 이 동네의 시간과 함께해 온 티가 묻어났어요. 

이러한 헤리티지로 마을은 형성되고, 사람들의 정체성과 함께하고, 일본의 소위 장인정신이라는 것을 이루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수선, 업사이클, 리폼 등이 한국보다 활발한 일본

 

제가 책을 쓰고 있는데요 (현재 디자인 작업 중) 여기에도 언급한 내용이지만, 리폼이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들어왔습니다. 근데 막상 일본에 가니 리메이크라는 말을 더 많이 쓰더라구요. 


여튼, 빈티지숍 중간중간 리메이크한 빈티지 제품들이 섞여 있고, 아예 리메이크(리폼)만 한 제품을 판매하는 숍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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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자키쵸, 가게 이름..모름...)


구제 데님을 중심으로 리메이크해서 판매하는 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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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너무 멋지지 않나요...

스커트부터 가방, 파우치, 모자 등 정말 다양한 종류를 취급합니다,

뒤에 보시면 니트나 면 등 다양한 옷도 있는데, 이러한 구제제품을 데님과 섞어서 사용하고 계셨어요.


빈티지 원단도 팔고 있었는데.. 정말 예뻣는데 정말 비쌌습니다.

일본 빈티지숍 정말 다 비쌌는데 이유 읽다보면 아래에서...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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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물과 건물 사이에 빈티지숍이 두곳이나 있었음.. 일본사람들도 '여기라고??' 하며 놀라던 곳들. ;;;

나카자키쵸는 우리나라로 치면.. 망리단, 경리단 이런 곳인데요 골목골목 정말 말도 안되는 장소에 가게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한국보다 재밌게 돌아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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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구석의 구석의 구석의 2층에도 가게는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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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자키쵸..이름 모름...)


너무너무너무 멋지죠..?

옷을 이어붙이거나 겹쳐서 디자인하는 숍이었습니다. 

진짜 멋진 옷들이 많아서 사진을 더 찍고 싶었는데 왠지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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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바빌딩 4호관 1층 122호)


센바빌딩은 우리나라로 치면 남대문 지하상가 같은 곳인데요, 주로 원단 관련한 숍들이 많습니다. 

가령 러그, 쿠션, 옷, 퀼트 등... 

 

이곳에  너무너무 즐거웠던 '와후쿠' 리사이클숍이 있습니다.  

기모노, 유카타, 오비 등..일본 전통의상을 한데 모아 '와후쿠'라고 하는데요.. 

일본 전통의상의 특징이 화려한 패턴들이죠. 300엔부터 시작하는 아이템들이 즐비하여 

보는 재미가 있던 곳입니다. 단, 저렴할수록 확실히 오염의 정도나 패턴이 안 예뻐요. 

비싸질수록 정말...무늬가 고급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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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던 건, 이러한 와후쿠를 해체해 평상복으로 리메이크한 섹션이 있다는 점이었어요. 


행거에 있는 옷들 모두 와후쿠로 만든 자켓과 원피스, 와이셔츠, 블라우스  등.. 매우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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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원피스 정말 예뻤어요..


기모노는 원단이 매우 고급이라 대체로 비싸서 물려받거나 중고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카타는 저렴하니 여름이 되면 유니클로에서도 판매하고요. 

저는.. 패턴이 예쁜 몇 장의 유카타를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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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센바 999+1)


부자재를 판매하는 가게겸 원단을 판매하는 가게인데, 데님의 벨트고리(벨트 넣는 고리)를 이어붙여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가 입점해있습니다. 벨트고리로 가방 손잡이를 만들거나..컵받침이나 파우치 등.. 정말 귀엽고 기발했어요. 

이곳에선 '캇포기'라는 일본 전통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평상복을 판매도 하고 있었어요. 


일본은 전후 물자가 부족했던 시절 옷을 기우거나 형태를 변형하는 문화가 여전히 있습니다. 한국은 산업사회를 급격히 맞이하며 많이 사라졌지만 일본은 이것이 또 하나의 작은 산업군으로 자리잡았어요. 


수선을 거치면 헤리티지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수선이야말로 옷의 역사이자 개인의 유산이라 생각합니다..




3. 자투리를 여기저기서 파는 일본. 


눈여겨보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자투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나..위에 중고 와후쿠를 판매하던 센바빌딩 근처에는 원단회사들이 많은데요, 

센바빌딩을 중심으로 한(사카이스지혼마치에 근접한) 동네는 도로를 돌아다니다보면

원단관련 회사들이 1층에 많이 위치해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이곳의 섬유회사들은 소매도 손쉽게 들어가서 구매할 수 있고, 회사 바깥에 자투리들을 심심치 않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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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가죽을 취급하는 곳으로 자투리 가죽을 바깥에서 원없이 팔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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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재 가게도 많은데요, 그곳에서도 이런 자투리를 랜덤묶음으로 팔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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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레이스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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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와 비즈만 '패'는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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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귀여운 지퍼....갖고 싶은데 쓸 데가 없어서 안 샀으나 지금 후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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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하는 고객에게도 열려 있는 원단 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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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보니 눈이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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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바로 컷팅해주셔요. 여기서는 2m 이상 사야 하더군요..


근데 정말... 비싸다!!!! 


일본이 생각보다 원단이 비싸서 놀랐습니다. 자투리원단들도 그렇게 저렴하지 않아요.

먹거리 물가는 싼데.. 이곳의 원단과 부자재는 메이드인 재팬이 많아 비싼 것 같았어요. 


이동네에 가끔 왔었는데, 왜 이제서야 보이는지. 정말 아는만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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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의외였던 건.. 

근처 셀렉샵들이 리폼하다 남은 자투리 원단도 판매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한국 같으면.. 본인이 찾은 원단은 꼭꼭 숨깁니다. 

그런데 여기는 그냥 오픈해놓고 남았으니 사가라~~ 하네요. 

So C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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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빈티지숍이 매우 비싼 일본. 한국과의 빈티지시장 구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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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옷집, 이라는 뜻)



일본에서는 빈티지숍을 '후루기야상'이라고 합니다. 저는 여기에 갔다가 까암~~~짝 놀라고 말았는데

가격이 한국보다 많이 비쌉니다. 


보세도 4만원 이하로는 찾기가 어렵고..디자인도 썩.. 그러했습니다. 

브랜드가 있다 치면 한국보다 최소 1.5배~2배는 비싸게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고요..


도대체 왜일까 궁금하여 알아보니 한국과 몇가지 차이가 있어요. 




1) 한국보다 헤리티지에 대한 대우가 좋습니다. 

이건 맨 위에서도 말했듯.. 그래서 가격을 더 붙입니다.


2) 한국보다 빈티지 시장이 큽니다. 

검색해보면 한국보다 최소 2배 이상 크다고는 하는데.. 어떠한 기준으로 추산한 것인지는 명확치 않으나 한국보다 빈티지시장이 정착한 지 오래된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엔 요새 유행하고 있지만 일본은 오래전부터 명품빈티지숍이 유명했고, 북크오프 같은 중고의류 대형체인도 있으니까요. 이러한 곳에서 떼다 파는 업자도 있고, 또 개인 숍은 큐레이션이 가미되니 대형체인에서 형성된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팔아야 겠지요?  


3) 한국보다 일본이 도매업자에 대한 접근이 어렵습니다. 

소비자가 구매단가를 알기 어렵고..그러니 더 붙여 팔기가 용이하고..도매와 소매가 비교적 명확히 구분되어 있어요.


4) 한국보다 발품팔기가 어렵습니다. 

한국은 동묘, 식사동, 남양주 등 여러 도매창고가 소매에게도 열려 있습니다. 캔가가 가는 곳도 그러한 곳들이지여. 그러다보니 일본이 사입처를 뚫기 더 어렵고.. 컨셉에 맞는 옷을 큐레이션하기도 그만큼 힘듭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어떤 큐레이션을 하느냐에 따라 제품 바잉이 매우매우 어렵습니다만 이 글은 그저 큰 틀에서의 이야기로 읽어주세요. 





매우 긴 블로그였습니다만 여기까지 읽어주신 캔디.. 매우매우 고맙습니다. 

그 담 이야기 로컬동네 이야기는 짧게 써 볼게요 ^_^...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문의 대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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