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이라 쓰고 휴무라 읽은 캔가 오사카 탐방기 (2) 로컬문화공간과 커뮤니티_카라호리마치

캔가
2025-10-31

저는 오사카에서 세번의 이사를 갔습니다. 

그 중 한 동네에서 좀 특이한 공간을 발견했었는데요, 

그 당시 한국에서 드문 개념이라 뭐하는 곳이지? 

하는 인상이 있었어요. 

일본 고택인데,, 안에 들어가면 막 초콜릿 가게도 있고 

일본 정원도 있고 카페도 있고 그런 곳이었어요. 

지금으로 치면 ‘성수연방’ 같은 곳이 2000년대부터 있던 셈이지요. 



이제는 한국에도 그러한 공간들이 생겨나 가끔 그곳은 아직도 있으려나 싶었는데 

여전히 건재하더라구요.

이곳은 오사카 카라호리마치空堀町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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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호리는 2차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피해간 동네라 

오래 전 가옥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몇백년 된 집도 있고요, 심지어 오사카성(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세운)의 

해자가 있던 곳인데, 요 해자가 마을의 담벼락처럼 여전히 남아있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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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고택들이 있다보니 철거를 하느냐 마느냐 

갑론을박이 있었는데 당시 마을에 거주하던 건축사분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고택들을 매입했고, 

그 고택들은 리모델링을 거쳐 마을 소상공인들의 복합문화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카라호리마치엔, 이러한 곳이 ‘호’, ‘렌’, ‘소’ 이렇게 세 곳 있습니다. 



(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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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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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콜라띠에의 초콜릿전문점, 천연염색공방, 가죽공방, 빈티지잡화점, 문자도장공방, 밥집, 술집, 카페, 미용실, 네일샵, 꽃집 등… 호렌소 세 곳엔 이렇게 많은 업종이 입점해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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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크진 않지만, ‘렌’에는 나름 정원과 마당도 있어서 

이곳을 중심으로 카라호리마치의 행사가 자주 열립니다. 

플리마켓, 마르쉐, 워크숍데이 등.. 

마침.. 제가 귀국하는 다음날 마르쉐가 열려서…. 매우 아쉬웠어요. 



(여기는 뒷 정원.. 앞에 마당이 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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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이는 점은, 입점상인들끼리만 진행하는게 아니라 

입점상인들과 연계된 다른 지역의 예술가나 상인들이 

유닛을 만들어 이곳에서 함께 어울린다는 점이었어요. 


귀국하는 다음날 열리는 마르쉐의 경우, ‘교토에서 왔어요!’가 슬로건이었답니다 ㅎㅎ




이곳을 처음 만든 마을협동조합은 지금도 있습니다. 

그리고 호렌소의 운영이 점차 복잡해지며 

임대회사를 계열사로 만들어 여기서 관리를 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임대회사와 모태가 된 건축사는 모두 현재까지도 마을재생 관련 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복합문화공간은 참 많지요.

그러나 한국에선 왜 이런 느낌이 나는 공간이 없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성수연방. 사진 출처 : 스페이스 공간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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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오래된 건축물에 대한 보호 의지가 없어보입니다.. 

때려부수고 빌라를 지어 임대수익에 대한 욕망이 강합니다. 

보호 의지가  있더라도.. 상업적 목적이 우선합니다. 

일본에도 물론 그러한 욕망이 있습니다만.. 

그러하기 때문에 조합을 만들어 건물을 매입하여 지켰습니다. 



둘째로, 로컬을 위한 아이템이 아닌 외부 관광객을 위한 아이템을 취급합니다. 

그러니 관광객이 끊기면 곧바로 없어집니다. 

카라호리는 모두 지역민을 위한 서비스가 메인이고 관광객은 덤입니다. 



셋째로, 진짜로 마을이 좋아서 온 것일까요.,

힙해보이기 위해서, 성수나 도산이라는 타이틀을 위해 온것일까요..

카라호리에는 이 마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입점해 있습니다.



이를 어뜨케 아냐고요?

여기는… 입점하기 위한 조건이 있고, 사업계획서도 내야 하고 면접도 봐야 합니다.


1. 단순 상업목적이 아닌 지역정취와 어울리는 업종이어야 하고 

2. 지역민이 즐길 수 있는 생활문화컨텐츠여야 하며 

3. 소상공인이어야 하며 자신만의 작업이어야 합니다. 

4. 건물가치와 조화를 해쳐서도 안되며

5. 이 건물의 입주자가 하나의 마을이 된다는 가치관에 동의해야 합니다. 

6. 그리고 너무 초기 사업자보다는 영업계획력이 있어야 합니다. 너무 자주 가게가 바뀌는 것이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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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고 치열하게> 라는 책에도(남해로 귀촌한 청년의 에세이+논문) 비슷한 내용이 나옵니다. 

외부인이 아닌 지역민을 위한 서비스여야 한다는 것이죠. 이유는 위와 동일합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숱한 복합문화공간 중 

롱런하고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요..? 

대다수의 곳들이 반짝, 하고 생겨 팝업처럼 운영되다가 

다른 공간으로 또 바뀌어버리는 일들이 많습니다. 

요즘은 팝업이 또 유행이기도 하구요. 


이곳 카라호리의 입주조건은 빡세 보이지만.. 

인터넷쇼핑이 익숙해져 저러한 조건이 까다로워보일뿐, 

우리가 가령 동네에서 백반집을 한다고 가정하면 모두 고려해야 하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입니다. 


우리는 기본적인 것들을 얼마나 잊고 살아온 것일까요..

다음 3편에서는, 1편에 나온 센바빌딩과 세운상가에 대하여.. 말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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